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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의 나라

by 재테크의 정석 2024.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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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고인돌이 즐비한 도시 (naver.com)

 

전 세계 고인돌 약 6만여 기 중 약 3~4만여 기 정도가 한국에 있다고 한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고인돌도 한국에 있다.

고인돌이 정확히 어떤 목적으로 사용되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학자들은 의식을 치르던 장소이거나 무덤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고인돌이 집단거주와 계급사회의 증거라는 점은 명백하다.

거석을 옮겨서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기에

집단거주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고인돌의 건축이 불가능하고,

다수의 노동력을 하나의 목적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은 계급사회가 있었음을 반증한다.

특히 무덤으로 사용된 고인돌은 계급사회의 뚜렷한 증거가 된다.

고인돌의 형식과 크기는 무덤 주인의 권력과 지위를 보여준다.

돌의 모양과 크기로 권력을 과시하는 것이 유치하고 미개해 보이지만

이러한 인식은 현재까지도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을 말해줍니다'라는 어느 아파트 광고의 문구는

이 시대에 아파트의 역할을 정확히 보여준다.

아파트는 단순히 주거를 해결해 주는 수단으로써만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을 남들과 구분 짓고 싶은 마음을 대놓고 내세울 순 없지만

아파트는 이러한 욕망을 은연중에 내세울 수 있게 만들어준다

아파트는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과시재의 역할을 한다.

경제적, 사회적 신분이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살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성벽으로써

다른 사람들과의 철저한 분리, 단절, 폐쇄의 기능을 맡는다.

돌로 만든 성곽만으로는 이러한 기능을 완수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성곽에 공간 과시의 의미를 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한다.

요즘 신축 브랜드 아파트의 경우

고인돌처럼 생긴 거대한 문주에 현란한 아파트 이름이 새겨져 있다.

'콘크리트 덩어리인데 공원이라 하고

시민들이 사는 데 귀족인 척하고

한국어로 말하는 데 서양말을 흉내 내는

누구나 선망하지만 아무나 입주할 수는 없다는 광고문장의 우렁찬 낭독'

그것이 문주의 역할이며, 아파트의 가치다.

커다란 돌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과시했던 고인돌 무덤의 주인들처럼

현대의 사람들은 크고 현란한 문주를 통해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고자 한다.

남보다 더 큰 고인돌을 만들기 위해 살았던 선사시대의 사람들.

남보다 더 큰 문주를 가지고자 살아가는 현대의 사람들.

한국은 여전히 고인돌의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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